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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고름 돼지고기’… 불안한 식탁
사회 환경·질병

값싼 ‘고름 돼지고기’… 불안한 식탁

구제역 백신 맞고 피부·장기에 ‘화농’ 부작용
인체에 무해 이유로 발생 부위 제거후 유통
소비자 모르고 먹어… 정확한 정보 제공해야

구제역 백신을 맞은 돼지에서 고름이 발생하고, 이같은 ‘고름 돼지고기’가 싼 값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름성분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이유로 고름 발생 부위만 제거된 채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인데,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은 채 판매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육류업계 등에 따르면 구제역 백신을 맞은 돼지에서 외상을 입은 피부나 각종 장기에서 고름이 발생하는 ‘화농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고름 돼지고기’는 평균적으로 10마리 중 4마리가량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한돈협회가 실시한 ‘구제역 백신주 선정 및 접종횟수에 따른 경제성 분석 검토 보고서’를 보면 안성의 한 농장에서 돼지 1천 두를 대상으로 시판용 백신 2종을 접종한 뒤 출하시점을 앞두고 화농발생 건수를 분석한 결과, 36.6%~38.4%의 발생률을 보였다.

화농 현상은 구제역 백신을 맞았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 중 하나로, 주로 주사 접종 부위인 목살과 뒷다리살 등에서 나타난다. 구제역 백신 성분이 지용성 성분을 띄고 있다 보니 천천히 흡수, 도축하기 직전까지도 완전히 체내에 녹아들지 못해 생기는 것이다.

이 같은 고름 돼지고기는 이상육으로 분류돼 도축장에서 1차로 걸러지며, 이때 걸러지지 못한 것은 정육점 등 소매점에서 2차로 걸러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육점 등은 화농이 발생한 부위만 제거한 뒤 고름 돼지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고름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것은 특정 업체가 아닌 업계 전반적인 현상으로 관계자들은 이 같은 고름 돼지고기를 ‘B목살’로 칭하고 있다.

수원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도축장에서 돼지고기를 들여오면 고름이 찬 돼지고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돼지고기를 모두 버릴 수 없어 고름을 제거한 뒤 B목살로 분류해 판매 중”이라며 “정상적인 고기와 같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는 없어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육점 관계자 C씨 역시 “고름을 제거한 목살인 B목살은 일반 목살과 비교해 600g 기준 2~3천 원가량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며 “타 정육점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볼 때 유독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목살이 있다면 B목살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구제역 백신이 전국적으로 의무화되는 등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11년부터 발생하고 있다. 다만 백신으로 인해 생긴 고름이 인체에 무해한 성분이라는 이유로 유통에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

특히 아직 고름이 생기지 않는 백신이 없는 상황이어서 ‘고름 돼지고기’ 유통을 막을 경우 육류업계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어 정부 당국 역시 고름 돼지고기가 유통되는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름 돼지고기’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고기를 구입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민정 의정부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은 “소비자가 정확히 인지한 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문제가 없다면 숨길 이유가 없다”며 “소비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유통 이력 시스템에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석원ㆍ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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